행복한 그리스도인

1.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과연 행복은 무엇인가? 우선 재물과 건강이 행복 그 자체는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언제나 즐겁고 기쁜 것이 곧 행복은 아니다. 감정은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참 좋은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잘못 이해하고, 감정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면 고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게다가 인간은 정서적인 것에 금방 익숙해져서 점점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인 것들을 요구하게 된다. 우리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이성(理性)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살피고 존중해주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들은 일정 시간과 재물을 남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봉사이다. 행복한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쉬운데, 그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자신의 의지 안에 완전한 행복이 있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완성은 자기 자신 안이 아니라 자신 밖에 있다. 따라서 완전한 행복도 거기에 있다.

2. 그리스도인의 영성
영성은 한 마디로 그의 삶의 방식이다. 그의 삶을 보면 그의 영성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말 그대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의 삶이 인간 삶의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2.1. 강생
하느님은 인간이 되셨다. 그것은 하느님의 인류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알려 주기 위함이었다. 인간 예수님의 언어와 몸짓, 즉 그분의 전 생애는 창조주이시고 그분의 아버지이시며 그분을 파견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분을 보면, 하느님을 보는 것이고, 그분을 알게 되면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아는 것이다. 그 열쇠는 세상을 향한 깊은 연민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이다. 따라서 사랑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언제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연민이 강생이라는 결과를 낳았듯이, 사랑은 언제나 행동한다. 그분은 끝까지 당신의 약속을 지키는 충실한 분이시다. 따라서 충실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충실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하느님과 가깝다.

2.2. 고통(십자가)
인생의 고해(苦海)란 말이 있다. 고통은 인생의 동반자이다. 피할 수 없으면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이고, 그것의 의미를 알려고 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즐기려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고통은 초월적이고, 교육적이며 연대한다. 고통을 참아 받게 하는 동기는 사랑이다.

예수님도 당신의 제자가 되려는 이들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 뒤를 따르라고 하셨다. 십자가는 자신의 사명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십자가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잘 짊어지고 가야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그리고 이는 또 구원의 도구이기도 하다.

2.3. 자기증여(나눔)
사랑의 가장 큰 본성 중의 하나는 내어줌이다.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죄책감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 사랑의 본성이다.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체성사와 이웃사랑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곧 성체성사의 의미는 나눔이고 내어 줌 그리고 희생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극명하게 구별되는 것이 희생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본성을 지닌 인간이 자신의 것을 다른 이에게 내어주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치는 희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초대이다. 하느님의 생명, 하느님의 행복을 차지하기 위한 초대장이다.

2.4. 종합
인간은 행복하기를 원하고, 하느님의 나라로 초대를 받았다.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신다. 하느님의 행복을 우리에게도 주시고자 하신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런 삶을 알려주시고 보여주셨다. 예수님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그분의 삶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십자가의 죽음이다. 대속적(代贖的) 희생이다. 그것은 완전한 행복, 신적인 행복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에 있지 않고, 완전한 사랑, 남을 위한 삶에 있다고 가르친다.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도전, 반대, 고통 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십자가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분명 신적인 어떤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거나 뛰어 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길을 가는 사람은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하는 이들이고, 그들에게는 그런 삶 자체가 결국 행복이 될 것이다.

4. 영원한 도움의 성모
영원한 도움의 성모 성화(이콘)는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이콘이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다시 말해 ‘나를 영원히 도와주시는 엄마’ 이런 이름보다 더 하느님의 사랑을 잘 표현한 것은 없다. 예수님께서 지상 사명을 완수하신 십자가 아래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우의 어머니로 내어 주셨는데, 그분이야말로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의 뜻을 잘 알고 하느님의 뜻에 협력, 순종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성모님을 이런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2016년 5월 21일 이종훈 마카리오 신부님(구속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