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 속에서 주님만을 응시해야 하는 나의 시선
지난 11월 어느 날, 혈뇨 때문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한 결과, 방광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12월 1일에 수술을 하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이어졌고, 저의 마음은 무척이나 산란했습니다.
산란한 이유 중 하나는, 예닮의 이름으로 제가 주선한 이스라엘 성지순례와 날짜가 겹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술은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순례는 의논한 결과 수습이 잘 되어, 김형석 신부님을 중심으로 계획된 12월 3일부터 8박 9일의 순례는 차질 없이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나는, 12월 1일 하루에 두 차례에 걸친 수술 때문에, 저의 입원도 8박 9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위치한 12월 8일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로, 말씀드린 대로 저에게는 서품 4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결국 저는 병상에서 순례하시는 분들의 폭포수 같은 기도를 받아 가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정화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인도 안에서는 나에게 이러한 순례가 필요 했나봅니다.
성서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40이라는 숫자가 나에게도 이렇게 해당이 되었습니다.
가나안에 들어가기까지 40년 동안 광야에서 헤매며 보낸 이스라엘 백성, 하느님이 계신 곳 호렙 산을 향해 40주야를 걸어갔던 엘리야 예언자,
공생활에 앞서 40일 동안 기도와 단식을 하신 예수님,
오창선 신부님은 후배인 우리를 격려하는 글에서, 서품 40주년이라는 숫자를 놓고 이렇게 적어 놓으셨습니다.
“더 큰 삶을 향한 시련과 숙성의 때”
말씀대로 서품 40주년을 맞이한 나에게 있어서 또 다른 “더 큰 삶을 향한 시련과 숙성의 단계”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뒤돌아보니 나에게는 수술이라는 시련을 통해 숙성의 단계가 요구 되었습니다.
이는 그냥 제가 하기 쉬운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수술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나를 인도하시는지를 마음 깊이 감지하는 계기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다시 말해 더 큰 삶을 향해 숙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허나 당시 수술을 앞둔 하루 이틀 전, 그동안 담담했던 내 마음은 기도 중에도 수술이 연상되며 불안에 휩싸이곤 하였습니다.
이때 확연히 떠오르는 성서의 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물위를 걷다가 빠지는 제자 베드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이 외칩니다. “유령이다!” 이에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시는 주님을 향해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이에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물에 빠져드는 베드로는 바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거센 바람을 보자, 두려워진 나머지 주님께 향했던 시선을 놓치고 만 베드로,
주님께 의지하고 맡기자고 마음을 다지지만, 어느 틈에 수술이라는 거센 바람이 스며들면, 자신에게 사로잡힌 나머지, 두려워 이내 주님을 향했던 시선을 놓치고 마는 나의 모습,
나는 열려 있는 마음으로, 거센 바람을 뚫고 주님을 응시 했어야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못한 것이 아니라, 되지가 않았습니다.
수술 전날, 기도를 바치고 잠자리에 들어서 다섯 시간을 잤는데, 깨어나니 나의 몸은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습니다.
무의식중에도 나는 주님을 응시하려고 했을 거고, 자신에게 사로잡힌 나는 불안한 나머지 주님을 향한 시선을 놓치곤 했었나 봅니다.
이렇게 묵상하면서 “늘 깨어 있어라”는 주님의 말씀이 더욱 크게 들립니다.
거센 바람 속에서 주님을 향한 나의 시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앞으로도 거센 바람은 다양한 형태로 나를 엄습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더 큰 삶을 향한 시련과 숙성의 때”로 맞이해야 하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센 바람을 뚫고, 주님만을 응시해야 합니다.
성서는 이어집니다. 물에 빠져드는 베드로는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하고 외칩니다. 이에 주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하며 책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주님이 그들과 함께 배에 오르니, 그토록 휘몰아치던 거센 바람이 이내 잔잔해 집니다. 잔잔해 진 것은 다름 아닌 제자들의 가슴속입니다.
주님을 내안에 모시면 그 어떤 거센 바람과 파도 속에서도 우리는 평온합니다. 주님을 내 삶속에 모시면 어떠한 풍파 중에도 우리는 평화로습니다.
성서는 이어집니다. 배안에 있던 사람들이 말하였다.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주님을 내안에 모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주님을 내안에 모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2016년 2월 후원회미사 홍성만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