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탄생, 육화의 의미”


어떻게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려야 할까요?
독일의 신비가 요한 시리우스는 말했습니다. “그리스도가 천만번 태어나신다 해도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태어나시지 않는다면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바로 내 안에 내 육신 안에 내 살 안에(요한 복음 로고스 찬미가:“말씀이 살이 되셨다”)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시지 않는다면 성탄은 껍데기로만 지내는 것입니다.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대축일에 교황님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그리스도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요한복음:“나를 본 사람은 아버지를 본 것이다.”)이다” 하셨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살을 취하면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선교요 복음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삶은 그가 얼마나 깊이 예수님 안에 들어가 사셨는지, 다시 말해 그리스도가 어떻게 그분 안에 들어가서 그분의 육신을 차지하셨는지 웅변합니다. 세례 받은 우리 모두도 세례를 통하여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가 되도록 불림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 (‘육화’,’성탄’)은 사람이 하느님이 되도록(‘신화’神化) 하기 위한 것입니다(성 이레네오). 왜냐하면 참으로 하느님을 닮아서 우리가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하는 존재가 되는 길을 보여주시기 위해서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습니다.(“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돌아갈 수 없다.” 요한 4,1)
첫 번째 구유를 만든(1223년 이탈리아 그레치오 산골 프란치스코 수도원내 동굴) 사람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입니다. 프란치스코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렸고(‘대림’) 어떻게 자기 안에 예수님을 모셨는가(‘성탄’)를 잘 알 때 우리 또한 그리스도를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구체적으로 관계 안으로 들어감을 뜻합니다. 우리말 ‘안다’는 ‘알’에서, ‘알을 품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언제 그리스도를 품게 되었는가? 허물어져가는 다미아노 성당의 고상(다미아노 십자가) 앞에서 기도 중 예수님으로부터 “무너져가는 교회를 세워라.”는 말씀을 들은 프란치스코는 무너져가는 성당을 다시 세우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집이란 하느님이 머무시는 성전인 우리 자신과 교회임을 깨닫게 되었고 내적인 정신을 일으켜 허물어져가는 유럽의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난의 정신이었습니다. 가난의 정신은 내 안에 나를 비워서 하느님께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집이 무너져간다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에게 하신 “허물어져가는 나의 집을 다시 세워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내 안에 사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아래로 부터의 영성’). 그것은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이 내 안에서 드러나기 위해서입니다.
내 몸은 나의 역사, 나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 번 최근에 불편했던 경험들을 떠올려 봅시다. 어떤 사람, 어떤 말이 오갔는지... 1) 내게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분노, 두려움, 실제적인 나의 모습), 2) 감정이 일어 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3)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했는지(아무것도 안 한 것까지도 반응), 참된 나의 본질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살지 않고 밖에서(‘참된 나로부터 벗어나서’) 나를 만듦(‘방어’)을 인정해야 합니다. 1번과 3번을 비교 했을 때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냈는가, 왜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지 못했을까, 무엇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지 못하게 했을까? 두려움(나의 죽음과 연관)입니다. 그러면 4)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5)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될 때가 있었는가?

이렇게 성찰을 매일 매일 하면 자기자신의 ‘마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나를 알게 되면 또한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나와 하느님이라는 두 가지 사이에서 투쟁합니다. 실은 내 자신과의 싸움인데 나를 살리려고 하느님을, 곧 참된 자기 자신을 누르려 하는 것입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처럼 가난의 정신 곧 내 안에 나를 비워서 하느님께 자리를 내어드림으로써 우리 모두도 한 사람 한 사람 그리스도가 내 안에 태어나도록(‘성탄’), 그리하여 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의 얼굴인 그리스도를 보여주도록 불림을 받았습니다.

2015년 12월 후원회미사 황인수 이냐시오 (성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