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응답

푸르른 나뭇잎이 울긋불긋 바뀌더니 한잎 두잎 떨어진 앙상한 나무 가지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결실을 맺으라고 권고의 몸짓을 보입니다. 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인 오늘 『가톨릭영성아카데미 물이솟는샘』의 창립 6주년 기념 미사와 축하식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제수품 40주년을 맞이한 홍성만과 김광식, 두 분 신부님께 축하의 마음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자리에 함께해 주신 ‘물이솟는샘’ 가족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사정이 있어 올해에는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9년 11월 16일 창립 때의 첫 만남 이후 한결같은 사랑의 마음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아름다운 사랑의 길이었음을 느낍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간혹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그 사람들 중에서 몇 사람이나 내 마음과 기억 속에 담을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얼마만큼의 사람을 만나고, 또 마음과 기억 속에 담고 있는지요? 저는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질 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라고 부르며 아쉬움을 달래곤 합니다.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깊은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물이솟는샘’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한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 근원적으로는 우리 신앙의 중심인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물이솟는샘’의 한 가족으로 만나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하느님의 손길이요 선물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져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의 자비로운 얼굴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볼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사랑이신 주님에 대한 체험을 통해 내가 먼저 ‘주 예수님은 나의 기쁨’이라고 외칠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내 가까이의 소중한 이들로부터 시작하여 세상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주 예수님은 나의 기쁨’이라는 외침이 세상 모든 곳, 모든 사람에게서 메아리칠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 12,48)고 물으십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9-50)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참 가족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물이솟는샘’ 가족들은 예수님의 참 가족입니다. 우리 ‘물이솟는샘’ 가족들은 세상에 오신 사랑하올 구세주가 우리의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이솟는샘’이심을 깊이 체험하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체험을 간직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세상을 위한 ‘물이솟는샘’이 되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한 해에도 보다 더 주님께 다가가고 느끼며 전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아멘.

2015년11월 창립6주년 감사미사, 조성풍 아오스딩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