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좀더 개선해 보려고 꾀나 애쓰는 요아킴과 안나(가명) 부부와 대화를 하는 중에 요아킴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사람들로부터는 꾀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 유일하게 아내인 안나 만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또한 나를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 이유를 모르나요?” 요아킴이 정색하며 말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해도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 분이 “제발 이야기 해주세요”하였다. 내가 대답했다. “존중하냐 그렇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깎듯이 존중하는 모습인데요. 아내인 안나씨에게는 무시하는 언어나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요?” 요아킴씨가 한참 생각하다가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지만 깊이 동의하는 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에 종종 어머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짐을 싸들고 친정 집에 피해 가시는 것을 보았다. 아버님의 가부장적이고 모진 모습이 어머니를 힘들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7남매 어린 아이들이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다시 들어 오시곤 하셨다. 60년대 70년 대 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오늘도 많은 가정이 가정 내 폭력에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폭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 쪽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본다. 동반자로서 친구처럼 대하지 않고 상하 위계적으로 대하면서 지배하고 지배 당하는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부부는 결혼 서약 때에 서약을 하였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부부가 서로 동반자로 여기며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부부를 볼 때에 아름답게 보인다. 마치 성부 성자 성령이 사랑으로 하나 되는 삼위일체 신비를 보는 듯하다. 한 동안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동반자라는 노래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 당신만을 사랑해요 영원한 동반자여”
우리 주님은 우리와 관계 맺을 때에 우리를 주종 관계가 아니고 동반자로 부르신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15:15) 성경에 보면 우리 주님이 사람들에게 다가 가실 때에, 존중하며 친구처럼 다가오신다. 우물가에 여인에게 다가 가실 때에 친구처럼 다가가서 물을 청하신다.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우물가의 여인에게 끝까지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신다. 이런 예수님의 태도를 보고 이 여인은 그 분을 알아보고 세상에 그분을 전한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요한4:29) 우리 주님은 구걸하던 예리고의 소경에게도 존중과 사랑으로 물으신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루카18:41) 소경을 동반자로 여기시고 당신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초대하신다. 또한 우리 주님은 침통한 표정을 하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질문하시면서 동반자로 초대하신다. “무슨 일입니까?”(루카24,19)
나아가, 우리 주님은 간음하다 잡혀서 죽음 앞에 있는 여인에게도 존경과 사랑으로 묻고 계시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요한 8:11) 우리 주님은 모세 법에 따라서 죽음 직전에 있던 여인의 인권과 언권를 회복시켜주신다. 이 여인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상황에서 깨어나서서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기회를 갖는다.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그 여인의 말을 잘 들으시고 그 여인의 대답을 소중하게 받아들이시고 그 대답에 따라서 당신 결정을 내리신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 그리스도는 심지어 당신 수난의 결정적인 순간에 세 번 씩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나타나셔서 지배하거나 힘을 자랑하는 위에 있는 분으로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고 옆에 동반자로서 존중과 사랑으로 다가가 물으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21:15)
우리 신앙인은 교회 오면 누구나 형제 자매가 된다. 주님 안에서 누구나 동등한 관계로 초대받고 있다. 상하 위계적인 관계 안에서는 깊은 친교가 어렵다. 눈치를 보고 깊은 속내를 털어 놓지 않는다. 그러나 동반자나 친구 관계에서는 부끄러운 것도 내어 놓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주님의 은총으로 회심에로 나아가기도 된다. 부부도 상하 위계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요 벗으로 만나서 벗으로 살다가 우리 벗이신 예수님 앞으로 가는 것이다. 부부만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를 대하든 동반자요 벗으로 대하도록 초대받고 있다. 우리를 벗으로 초대하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누구든지 존중하고 우정어린 모습으로 대하면,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너희는 우리를 닮았구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의 모습인 우리를 닮았구나.” 상하 위계적인 사회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회를 꿈꿔본다. 배우자를 동반자로 존중하는 부부, 본당의 수도자를 동반자로 존중하는 사제,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존중하고 우정 어린 모습으로 대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것을 본다. 우리가 존중받고 동반자로 받아들여질 때에, 우리도 성모님 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서 찬미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루카1:46-47)

2015년6월13일, 후원회미사, 정월기프란치스코 신부님(프라도사제회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