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말귀를 알아듣는 다는 것"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이고, 그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갖는 관계성입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숨결, 호흡입니다. 희랍말로 프네우마(Pneuma), 히브리어로 루하흐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 루하흐하시면서 당신의 입김을 불어넣어주셔서 우리는 살아 숨쉴 수 있는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옆사람에게 루아흐 하시면서 입김을 불어넣어주세요. ㅋㅋ 상대방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기도는 하느님과의 숨결, 입김이 우리에게 들어와 살아숨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도 혹은 자신과의 대화를 하려면 침묵이 필요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침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침묵은 그져 말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선입관, 자신의 개념을 가지고 상대방과 말을 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없습니다. 대화를 나누려면 내 생각을 멈추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신학생들의 한달 대침묵 피정에서 면담을 하다보면, ‘이 신학생이 기도를 제대로 해가는 구나’를 두 가지를 통해서 느끼게 됩니다.
첫 번째는 태도가 조금씩 느려집니다. 그 신학생이 면담할 때, 미사에 임할 때, 산책이나 개별적인 묵주기도를 하는 태도를 볼 때 조금씩 몸이 느려집니다.
밥을 급하게 먹다보면 식사때 기억에 남는 맛은 강한 맛, 즉 짜고, 맵고 한 맛만 기억이 납니다. 사실 식사때 그것들만 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식사 때 음미하면서 먹었다면 그는 강한 맛을 내는 것 외에도, 밋밋하고, 싱거운 것도, 어쩌면 밥알을 씹을 때 밥 알갱이가 으깨지면서 그 단맛들도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하루일과를 성찰할 때 성급한 사람은 하루 중 강한, 부적인인 일만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일과 중 부정적인 것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좋은 것에만 교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에도 교훈을 얻듯이 우리의 안 좋았던 하루 일과에서도 자기 자신을 해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안좋은 일과에서 하느님이 떠받치고 있는 그분의 긍정적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급하게 침묵을 잃고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은 강한 부정적인 것만 느끼고 그것에 더욱 가슴 아파하지만, 조용히 침묵을 하며 인내롭게 기다리다보면 부정적인 안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몸과 행동과 태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면담 중에 말하는 표현이 달라지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인 호세아서에 따라 “주님은 신실하시고, 당신은 우리와의 계약(covenant)에 따라 사랑을 끊임없이 주십니다.”라고 했던 그가 “나의 하느님은 신실하셔서 나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주십니다.”라고 표현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우리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하던 그가 “나의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나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로 표현이 바뀌게 됩니다.
기도는 이렇듯 교리때 배운 개념이나 사상을 반복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하느님과의 은밀하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만남이며, 이를 말할 때 자신이 만났던 구체적인 체험을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발견하기(하느님의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것)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상대방의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것은 소리를 통해 들어오는 말 속에는 말하는 상대방의
의도, 뜻, 기분, 성격을 알아듣는 것이고, 이를 통해 그의 숨은 의도와 기분을 알아채리는 것입니다.
루카복음 24장에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만났던 두 제자들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던 사람으로서 요새 며칠 동안에 거기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다니, 그런 사람이 당신말고 어디 또 있겠습니까?”라는 말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예수님을 타박하는 이야기는 그 두 제자들이 예수님을 개념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분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당신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풀이해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성령이 충만해지고, 결국은 더 길을 가려는 예수님을 막아세우며 “여기에 우리와 함께 머물러주십시오”라고 말하게 됩니다. 성경에는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셨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고 표현하면서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면서 그분이 그리스도, 예수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성경을 계속읽다 보면, 처음에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그 글자에 들어오는 개념에 머물지말고, 내 생각을 멈추고, 침묵하면서 계속 성경본문에 충실하게 읽고 또 읽다 보면 글자에서 하느님의 마음이 그분의 의도가 생각이 아닌 느낌으로 나의 마음을 건드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성경을 통해 그분의 말귀를 알아듣는 형태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묵상이라 부릅니다. 묵상은 Meditatio(메디따찌오)이고 즉 Meditare(메디따레)하는 것입니다. 이 단어는 “…을 중요하게 여기다, 생각하다, 궁리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데, 이와 동일한 단어가 Cogitare(꼬지따레)라는 단어입니다. 이것은 생각하다, 되새김질하다 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묵상은 되새김질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하는 것을 멈추고 성경의 본문을 되새김질하고, 성경이 내마음의 감정을 느낌을 통해 건들때까지 읽고 또 읽어 되새김질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하느님의 말이 아닌 그 말에 들어있는 하느님의 의도와 뜻, 그분의 기분, 감정, 성격, 그리고 그분의 숨은 뜻과 의도를 알아채리는 것이 묵상입니다.

이미 미사때 말씀드린 것처럼 계약이라는 단어가 영어로 커버넌트(covenant)이고 이것은 라틴어로 con(영 with) + venire(영 to go, to come)로 단어가 con(꼰)과 결합되어 나오는 단어가 종교적인 형태로 사용될 때 숨겨진 단어는 Dio(하느님)입니다. covenant는 con(Dio)+ venio의 라틴어 합성어에서 나온 것으로 “하느님과 함께 동행”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관상(contemplatio)은 con(Dio) + templatio입니다. 영어 Temple이란 단어가 신전, 절, 교회라는 뜻이죠? Templatio는 성전화, 신전화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으로 성전화, 말씀화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것을 말하지 않지만, 내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 내 의지와 무관하게 기도하는 형태이고, 하느님과 내가 구분되지 않고, 그분의 뜻과 의도와 내 의도와 뜻이 구분되지 않는 형태을 관상(contemplatio)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세바시에서 김창옥교수님의 영상물을 시청하지 않지만, 그분은 한 노수도자의 말씀을 전합니다. “ 자존심의 꽃이 떨어지면, 인격의 열매가 맺는다…” 우리의 기도에도 “자신의 자존심이, 생각이 선입관의 꽃이 떨어지면, 하느님의 열매가 맺습니다.”
기도에는 솔직하게 하느님과 구체적으로 만나셔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를 방해하는 감정이 들어도 그것을 하느님과 그 감정이 든 사건을 기억하기 보다 감정만을 하느님께 풀릴때까지 솔직히 이야기하다보면, 감정을 내려놓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하느님이 오십니다. 그때 부정적인 것보다 하느님의 긍정적 힘을 느낄 것이고, 이때 내 삶에서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의도인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로소 이때 나는 인위적이지 않는 교감을 느끼면서 짧게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청원기도, 감사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좋은 사순시기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3월14일, 후원회미사, 신문호 가브리엘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