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에게 부르심을 통하여 희망을 선물로 주십니다.

예레미야는 주님께로부터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으며 이러한 말씀을 듣습니다.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 주리라.” (예레 1,5.8)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 예언자로서의 막중한 임무의 두려움 앞에서 그와 함께 있어 구해 주실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은 분명 예레미야에게는 큰 희망과 힘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성모님 역시 동정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믿음으로 응답하면서 희망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0.35)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느님 성령의 함께 하심에 대한 약속은 이토록 연약한 여인이 자신에게 일어날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대한 희망을 통하여 믿음의 순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주님과 그분께서 이루실 일들에 대한 희망을 지니지 못했다면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어부 네 사람 안에서도 부르심에 대한 응답은 희망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밤새 헛 그물질을 했던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을 지니고 깊은 데로 나아가 그물을 내려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인격 안에서 희망을 발견한 그들은 배와 그물을 놓아둔 채 사람 낚는 어부로서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됩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부르심 안에서 희망을 선물로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희망은 당신께서 함께 하시며 지켜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부르심은 자신의 나약함과 작음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하느님 안에 희망을 두는 응답의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예언자로서의 부르심, 하느님의 어머니로서의 부르심, 사도로의 부르심이 바로 그러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하느님과 이어진 진정한 희망은 근원적 가난의 체험에서만 올 수 있습니다.

전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에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선물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희망을 배우는 첫 번째 중요한 자리는 기도입니다. 아무도 더 이상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나에게 귀 기울이십니다. 내가 더 이상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을 때에도 하느님께는 언제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인간의 희망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요구나 기대와 연관하여 나를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을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도우실 수 있습니다. 내가 완전한 외로움에 빠져 있을 때에도 기도하면 나는 결코 완전히 혼자가 아닙니다.”(32항) 주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과 실패, 나약함과 작음의 현실 안에서 주님을, 그분의 사랑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만남의 자리는 ‘기도’이며 주님 안에서의 머무름입니다.

희망을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하며 그분께 모든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오로 성인은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고 말했습니다. 희망은 두려움과 실망을 치유하고 마음을 넓게 하며 사랑이 펼쳐질 수 있도록 합니다. 7세기의 수도자인 성 요한 클리마쿠스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믿음은 희망이 없어 보였던 것을 우리의 손 안에 놓는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다 하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도 이러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희망하는 만큼 얻을 수 있습니다.”(『어둔 밤』, 2권 10장)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희망함에 따라 주십니다. 우리에게 있는 모든 인간적이고 영적인 자원이 고갈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자원, 곧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시편 121편 성경 말씀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길어 올리곤 합니다.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 어디서 오리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네 발이 비틀거리지 않게 하시고 너를 지키시는 그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신다. 보라,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시고 잠들지도 않으신다. 주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주님은 너의 그늘 네 오른쪽에 계시다. 낮에는 해도, 밤에는 달도 너를 해치지 않으리라. 주님께서 모든 악에서 너를 지키시고 네 생명을 지키신다. 나거나 들거나 주님께서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아멘.

2014년12월13일, 후원회미사, 안승태 요셉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