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같은데, 가톨릭 영성 아카데미 5주년입니다.
평생회원인 후원회 여러분을 비롯하여, 이사직을 맡아주신 이사님들, 발기를 하였고 연구를 하신 일곱 분의 신부님들, 그리고 옆에서 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신부님들,
이 모든 분들의 기도와 봉사로, 현재 예닮 기초1,2,3 단계를 1044(전과정293명)명이 수료를 하였고, 심화 단계를 150명이 하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개인이 예닮영성의 심화로 이어갈 수 있는 기도서를 책자로 펴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인도 안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허허벌판 함께 하자고 힘을 모았고, 이내 법인을 내는 과정이지만, 앉아서 사무를 볼 수 있는 사무실 한 칸도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도리가 없어 우리가 찾아간 곳은, 3년 전에 작고하신 이상훈(리노) 신부님이었습니다.
평생을 교리 교육에 헌신한 신부님께서는, 당시 이에 부응하는 봉사자 양성을 위해 오래전에 준비한 개인 소유의 집을 갖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신부님께 영성아카데미의 계획과 궁핍한 우리의 사정을 말씀 드리면서, 이 집을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사실 내용은, 하느님 그리고 신부님의 뜻에 절대 어긋나지 않을 터이니 그냥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일에 참여한 분은 오창선 신부님을 비롯해 김광식 신부님 그리고 저로서, 우리 모두 신부님의 사랑받는 후배 그리고 제자였지만, 청하는 내용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은 채 세 네 번 찾아뵙다가, 제가 오 신부님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습니다.
우리가 신부님을 찾아뵙는 이 일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때 신부님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호수아에 의해서 예리고 성이 점령될 때, 주님께서 예리고 성을 일곱 번 돌라는 이야기를 상기하는 것으로 저에게 응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저는 ‘그래, 갈 때까지 가는 거다’라는 생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5주년을 맞아, 며칠 전 이 강론을 준비하면서, ‘7번 돌면 성이 무너질 거라는 비 이성적인 말’을, 어떻게 철학의 대가인 오 신부님께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이상했고, 또 이 말을 듣고 ‘갈 때까지 가는 거다, 하며 마음이 단단해진 나도 좀 이상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우리는 당시 무엇인가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결과는 이상훈(리노) 신부님이 봉헌하신 그 집(현재의 예닮의 집)을 통해 주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일을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희망은 절박함 절망에서부터 빛을 발합니다. 이 희망이야말로 믿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전입니다.
오늘 주님은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합니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말씀은 이어집니다. ‘하물며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그렇습니다. 믿음은 궁극적으로 주님 안에서 희망을 하는 것입니다.
절망의 상태이지만 주님 안에서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은, 믿는 우리들의 권리이자 또한 의무 이기도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수록 더욱더 주님께 의지하고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희망하고 의지하는 나를 주님께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방법대로 나를 거두어 주십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결국 나를 인도하시고 거두어 주시는 주님께 의지하며 예닮영성과 함께 힘차게 살아갑시다.

2014년11월15일, 창립5주년 감사미사, 홍성만 미카엘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