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과 기도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가 하느님 안에 쉬기까지 참되게 쉴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피조물로서 창조주 하느님을 찾는 인간의 존재 의미를 표현한 말씀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는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다. 우리 안에 창조주이신 하느님 사랑이 숨 쉬고 있다. 우리의 영성생활이란 우리 자신과 이웃과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하느님을 아는 길은 그분의 사랑을 아는 것이고, 그분의 사랑을 아는 것이 하느님을 아는 길이다. (1요한 4, 8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1요한 4, 19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창조된 만물은 좋은 것, 즉 선한 것이다. 하느님은 창조하실 때마다 보시니 좋다고 탄성을 지르신다. 우리를 보고 하느님은 보시니 좋다고 하신다. 우리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의 모습, 외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내적인 모습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아기들과 같다. 부모는 자녀들이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자녀가 여전히 아기처럼 보인다. 아기들이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아기들이 할 일이란 그저 부모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부모를 사랑하는 길이다. 부모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시련의 시기, 시험의 시기, 죄로 인해 끊어진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하느님의 사랑으로 회복하면 우리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게 된다. 돌아온 작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가득치 있었다. 측은지심. 영어로는 compassion이라고 한다. 자비의 마음이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우리 자신이 다시 한 번 창조된 본성을 되찾게 되고, 다른 이들이 창조된 본성, 하느님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우리의 사랑을 나누게 되고 생명을 나누게 된다. 죄로 표상되는 무질서한 집착으로부터 회복되고 아담과 하와로 표상된 본능적이고 과도한 욕구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참된 Being이되면 참된 Doing을 하게 된다. 참된 존재가 되면 참된 소유를 하게 된다.
울며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고 받아주고 아이를 떠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하느님은 우리가 성공할 때만이 아니라 힘들어하고 넘어지고 실패할 때도 우리 곁에 계신다. 하느님은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를 달래시며 보채는 우리의 울음을 들어 주신다. 우리의 아픈 마음을 들어주시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 하느님이시다.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하느님께 나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기도이고, 그렇게 기도한다는 것은 나를 받아주실 하느님의 사랑을 믿을 수 있다는 표현이며, 그런 하느님께 사랑받는 방법이다.
그런데 하느님 앞에 앉아 기도할 때면 때로 잡념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할 때면 잡념이 들기 때문에, 기도 중에 잡념, 분심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까 잡념이 들면 기도를 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식이 활동할 때는, 즉 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는 것처럼 뭔가에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있을 때는 잡념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기도를 할 때는 물 밑에 가려져 있는 빙산의 밑 부분으로 내려가듯 무의식으로 내려가게 되고 무의식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걱정거리나 기쁨거리, 즉 우리의 집착이나 또는 피하고 싶은 것들과 같은 잠재된 욕구들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들이 나오게 된다. 그것을 우리가 흔히 잡념 또는 분심이라고 부르는 데, 그것을 피할 도리는 없다. 왜냐하면 삶의 한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기도란 잡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잡념 속에서도 하느님과 함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잡념을 없애려고 하는 순간 마치 방에 들어오는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면 그 사람을 꼭 잡고 있는 것처럼. 잡념을 없애려고 하면할수록 우리는 그 잡념의 밑에 숨어있는 무의식 속에 있는 우리의 욕구들을 꽉 잡고 있게 된다.
그러니 기도 중의 잡념들을 받아들여야한다. 받아들이면 떠나게 되죠. 그래서 우리가 기도 중의 잡념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고, 잡념 속에서 잡념과 함께 기도하면 우리의 삶 속에 사랑과 희망과 믿음이 자라게 되는 데, 기도 중에 잡념을 일으키는 일상의 욕구들과 그 표상에 대하여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된다.
기도 중에 갖게 되는 잡념들은 우리 안에 있는 자아가 우는 것이다. 우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아이들이 울며 달려올 때 어떻게 하는가? 가장 먼저 우는 아이를 안아주지 않겠는가? 감정이 북받쳐 우는 아이는 사리분별가리며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힘들다. 안아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그러면 울음을 그치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어떤 잘못을 해서 겁에 질려 슬퍼할 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대하실까? 먼저 꼬치꼬치 잘잘못을 따지실까? 먼저 안아주실 것이다. 그렇게 우리도 기도 중의 분심이 드는 자신을 잘 안아주어야 한다. 분심을 없애려하는 것이 아니라 우는 아이처럼 분심을 받아주고 나를 받아주시는 하느님을 바라본다.
일상생활 중에 받아들이는 기도의 훈련이 있다. 마음에 어떤 감정이 있을 때, 그 감정을 받아들인다. 우리의 모든 감정은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행복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관계가 있다. 그 감정들을 느낄 때 마다, 마치 기도 중의 잡념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하느님께 화살기도 한다. ‘하느님 지금 슬퍼하는 제 자신을 받아들입니다. 하느님 지금 남편과의 관계로 화가 나 있는 제 자신을 받아들입니다.’ 그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다. 그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먼저 그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행복을 좌절당한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기도 중에 분심을 없애려하기보다 분심을 인정하고 우리 옆에 둘 수 있으면서도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점차 분심의 정도에 따라 어떤 분심은 사라지거나 어떤 분심은 여전히 남아 있어도 그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분심으로 드러난 우리 삶의 좌절된 욕구와 무질서한 애착들이 치유되고 정화되는데,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더욱 깊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의 능력이 자라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참된 자아가 성장하게 된다.

2014년9월13일, 후원회미사, 김동춘 세례자요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