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의 비유 말씀에는 두 그룹에 대한 대비적 요소가 등장합니다. 바로 ‘세리들과 죄인들’ 그리고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우선 외적인 모습을 살펴봅시다. 세리들과 죄인들은 이방인인 로마에 협조하는 모습, 과도한 세금의 징수, 하느님과 거리 둔 삶 등으로 부정한 이들의 대명사였습니다. 한편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철저한 신앙생활과 계명 실천으로 하느님께 충실한 삶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적으로 비춰지는 모습 이면의 그들의 내면의 모습에 주목해보아야겠습니다. 세리들과 죄인들은 하느님 앞에 스스로 죄인이라는 의식 속에 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그러한 환경을 거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고백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부족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편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스스로 당당하고 자부심이 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하고, 또 스스로의 힘만으로 충분히 하느님께 일치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입는 길,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길은 겸손한 삶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처럼 잘못된 길을 가지 않아야겠습니다. 혹시라도 그러한 모습이 자신에게서 보인다면 그 길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하느님께 용기와 지혜를 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청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깊이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자신은 길 잃은 양 한 마리, 잃은 은전 한 닢, 죄인 한 사람입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보는 것은 그 부족함 때문에 하느님께 나아가지 못하거나 멀어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하기에 하느님께 더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도 받아들일 넉넉함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함께 하느님을 향한 여정의 발길을 옮기자는 것입니다. 한 마리 양, 한 닢의 은전, 죄인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부족한 나를 기다려주시는 그 사랑, 찾아 나서시는 그 사랑, 불러주시는 그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