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출애급 해방 때 하느님께서 히브리 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이 허리에 띠를 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탈출 12,11-12).
 
 오늘 하느님께서 손수 우리를 근본적인 불행에서 구출하고 계심을 인식하고 그 절박한 현실에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죄와 죽음으로부터 새롭고 완전한 해방을 맞이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그 절박한 심정으로 주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자세를 갖추라고 복음은 우리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어둠이 인간을 끊임없이 위협합니다. 여러 형태의 어둠이 우리를 덮칩니다. 우리는 자주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인생의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됩니다. 오늘날 이 풍요로운 시대에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합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 인간은 서로 대화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채 고독하고 우울하게 살아갑니다. 세상은 폭력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시리아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 가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악한 현대 문화의 어둠 속에서 파괴되어 가고 있는가! 많은 현대인이 넘치는 교육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교육으로 말미암아 무지함 속에서 살아가는가! 빛이신 그리스도를 맞이하고, 빛이신 그리스도를 생생하게 세상에 드러내야 합니다. 나도 어둠을 벗어나고, 나의 이웃도 덕분에 빛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2. 깨어 있는 종
 
 성모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말씀에 항상 개방되어 있는 종이 바로 깨어 있는 종입니다. 주님을 자신의 중심에 모시고, 말씀하시는 주님을 섬기는 성모 마리아는 일생 동안 깨어 있는 성실한 종으로 사셨고, 우리에게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주님의 종이 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말씀이 우리 마음 안에 들어와서, 우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깊이 뿌리 내리고,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주님의 종이 될 때 참으로 행복을 차지한 사람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들어 높여주실 것을 기다리는 ‘비천한 종’(루카 1,48)인 겸손한 성모 마리아는 깨어 있는 종의 본보기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자신의 계획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평상시에 갖고 사셨습니다. 우리도 항상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깨어 있는 종이 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고, 사랑하는 모든 인간을 구원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3. 인간에게 시중을 드시는 하느님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요한복음 13장을 보면, 실제로 주님께서는 종의 모습을 하고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십니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이렇게 우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사의 거룩한 식탁에서 오늘도 주님께서 피흘림 없는 십자가 제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시중을 들고 계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그분께서는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필리2,7) 인간을 섬기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 마음에 깊이 새기고, 우리도 다른 사람의 시중을 기꺼이 들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