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아직 그렇게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예수님의 죽음 자체가 너무나 엄청난 일이었고 부활은 더더구나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막달라 마리아는 빈 무덤을 보고서도 예수님의 시신을 누가 어디로 옮겼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복음은 이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여기서 다른 제자는 사도 요한 자신입니다. 그래서 요한은 이것이 직접 본 사람의 증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보고 믿었다는 것이 부활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어떻게 빈 무덤에서 바로 부활을 연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고 해도 아직은 혹시나 하는 희망에 가슴이 뛸 뿐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예수님을 뵙고 나서는 그 모든 의미를 확실히 알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로마 8,24).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은 믿음의 대상도 아닙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희망합니다. 제자들은 아직 부활을 확실히 보지도 깨닫지도 못했지만 빈무덤을 보고 믿었습니다.

부활을 믿기는 쉽지 않습니다. 죽음의 힘이 너무나 강하고 우리의 두려움도 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죽음을 이길 수 있다고 믿으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야 합니다. 예수님이나 순교자들은 사랑과 믿음의 힘으로 그 두려움을 이겨냈습니다. 이것이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파라오의 억압 아래서 죽음을 피할 수 있었듯이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권능을 이기셨습니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두려움을 넘어서 죽음을 이겨내는 하느님 사랑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기는 하느님 사랑의 힘을 믿는 사람만이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세상을 따라 살고 세상에 순종합니다. 세상의 힘이 워낙 크고 모두가 두려워하므로 세상에 복종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길, 사랑의 길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없으면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부활에 대한 믿음은 세상을 이기고 두려움을 이기고 부활한 삶, 새생명을 사는 힘을 줍니다.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